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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땡큐 맘 지니의 단상> 아주 소소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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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9-19 04:29 조회 78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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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재수하는 딸을 학원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무려 40, 운전대를 잡고 유튜브를 통해  정신과 의사, 철학자, 종교인  내지 심리학자를 만나 상상 속 모닝커피를 한 잔하는게 나의 일상 루틴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내 일상의 경로를 바꾸게 한 요소가 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나만의 소소한 일탈이었을까? 잠시 듣고 있던 영상을 끄고 도로와 가로수에 떨어지는 빗소리, 빗물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차소리, 그리고 아침부터 움직이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해봤다. 신호를 기다리는 길고 지루한 차들의 행렬은 오늘의 작업을 완수하려 떠나는 누군가의 힘찬 에너지였고, 무심코 지나쳤던 행인의 발걸음은  오늘도 무언가의 가치를 위해 숨쉬고 있는 사람의 생생한 기운이었고 ,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며 조심스레 묻어있는 가을의 냄새였다. 그리고 다시 나의  맘의 눈길을 멈추게 한 것은 그 시공간의 에너지를 함께 느끼고  호흡하며 존재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모든 예술과 학문의 기저에는 철학이 숨어 있다. 철학이란 내가 속한 우주와 그 속에 존재하는 나의 위치를 탐색하고 해석하는 학문이다. 일상적인 미디어를 끄고 자연의 빗소리, 거리의 자동차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에 집중하는 순간, 나를 에워싸고 있는 우주적 경이로움이 발끝까지 전해짐을 체험했다. 더불어 그 안에 있는 ''라는 존재는 먼지만큼 작을 수도 있지만 세상의 구성요소로서 사유할 수 있는 드 없이 소중한 주체자임을 인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세상이라는 원대함이 ""라는 사소함으로 수축되고 ""라는 사소함이 세상의 원대함으로 증폭되는 무한고리의 그물 망 속에 그들과 내가 우리 모두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 신성한 순간이었다.

철학은 예술과 학문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의 일상 속 구석구석에 숨어 역동하고 있는 소우주를 형성하는 힘의 원리와 작용이었고 소중한 삶의 가치들이었다. 나의 감각이 생각을 만날 때 세상의 이치는 내 안으로 들어와 내 삶의 생명력으로 재생된다. 여태 오른손만 사용했다면 잠시만이라도 왼손을 사용하는 일탈을 해 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거기에는 분명 내가 놓치고 내가 보지 못했던 "지금의 나"보다 더 소중한 "또 다른 나"를 느낄 수 있는 값있는 철학이 숨어 기다리고 있을 거다.


<땡큐 맘,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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