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 이야기> 랑그 독 Langue d’oc 포도원 방문과 내츄럴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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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04-18 03:21 조회 1,779 댓글 0본문
저가형 와인이라도 모두 다르다. 무르베르트 시라 그르나슈로 섞어서 만들어 내는 샤토네프뒤파프 근처에서 만드는 와인은 시라 그르나슈 까리냥으로 부드럽게 만들어 지역 불신을 씻어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 같다. 어느 지역이든 정성이 들어가서 원가가 올라가면 품질이 좋아진다. 빌라쥬 급으로만 올라가도 마실만한 마을이 넘쳐난다. 북부 론은 원래 명성이 자자한 곳으로 훌륭하지만, 남부 론 벨리도 마을 단위의 와인들은 가성비 좋은 와인들이 넘쳐난다.
지난 주에 랑그 독 Langue d’oc의 포도원에 방문했는데 시라 무르베르트 생소 그르나슈 등으로 론 벨리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있어 독특한 인상을 받았다. 게다가 남부의 특성인 일조량을 거론하며 더욱 강한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시음해 보니 강한 시라와 시라 그르나슈 생쏘의 조합으로 강하고 부드러운 맛 모두를 잘 담아내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으나 10유로미만 제품은 신선한 맛이 두드러지지만, 역시나 3개월에서 6개월의 오크 숙성으로 잠재력의 한계가 있어 보였다
모든 제품이 유기농 및 내츄럴 와인으로 시대를 안고가는 트렌드도 보았는데 내츄럴 와인의 특성상 재배 단계부터 농약 사용을 피하고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며 알코올 발효과정을 거친 후에도 소독과 산화방지를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이산화 황을 아예 넣지 않거나 소량만 사용하며 3차향이라고 할 수 있는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거나 아주 짧은 숙성을 거쳐서 병입되므로 포도 본연의 맛에 집중하려고 하는 추세다. 이는 화장을 안하거나 약하게 한 얼굴의 미인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좋은 와인을 위해서는 축복받은 테루아(Terroir: 포도가 생산되는 토양의 개성적인 모든 특징을 통칭함)와 좋은 일조량 그리고 양조자의 정성이 필요하지만 좋은 명성을 가진 테루아가 없는 중소 양조자는 타지역에 빠지지 않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내츄럴 와인이다.
술이 몸에 좋을리 없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서 숙취도 적고 포도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몸에 더 좋다는 인식을 마켓팅에 이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와인들이 시골에서 거름냄새에 가까운 악취가 나기도 하며 이산화황을 통한 소독과정을 거치지 않아 쉽게 상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츄럴이란 이름만으로 용서되기도 했는데 여기는 달랐다. 맛이 있고 내츄럴의 느낌없이 괜찮은 와인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면서, 골라낼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으나 쉽게 상하는 내츄럴 와인은 그 나름대로의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고 긴 오크 숙성을 마친 나름의 고급 유기농 와인도 마셔보니 훌륭하다
과거 동남부지역와인은 마실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와인을 만들어내곤 했으나 요즘은 달라진게 괜찮은 와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엄청나게 넓은 산지에서 과거 필록세라로 주요산지의 포도밭이 초토화된 상황에도 지속적으로 와인생산을 하던 지역으로 질은 몰라도 생산량은 엄청난 지역이기도 한데 품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꼭 명품와인을 찾아야만 할 일도 없어지는 것 같은데 같이 비교하면 또 비싼게 좋으니 이래저래 돈은 깨진다 미친 와인 값에 가성비를 찾는다면 론 벨리 Rhône Valley와 랑그 독 Langue d’oc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파리광장, 이기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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