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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파리아줌마 단상> 파리의 여름, 아이들만 한국 보내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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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아줌마 작성일 23-01-11 06:26 조회 3,9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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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이다. 2016년이 시작되고 벌써 반년의 시간이 지나 버렸다. 2016년 상반기는 프랑스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가 만연했고, 물난리까지 났었고, 그 와중에 맞이한 유로 2016, 그리고 지난주에 영국의 브렉시트가 터졌다. 오랜만에 한국 친정에 연락을 하니, 아버지가 이쪽 괜찮느냐고 걱정을 하신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아직 체감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정이 되겠지하는 막연한 희망만 가지고 있을뿐이다.

그렇게 파리에서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캉스 떠난 이들로 텅텅비는 파리는 관광객들로 채워진다는 이야기는 옛말인지 프랑스 언론에서는 올해 돈이 없어 휴가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에 사는 한인들의 여름은 무엇보다 대부분 한국행이다. 부모님곁에서 그간 학업으로 인해 지친 심신을 쉬고 오는 유학생들, 그리고 2개월이나 되는 기나긴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한국 문화 체험을 하러 가는 한불 가정의 자녀들,  매년 여름만 되면 잠시라도 한국을 다녀오는 한인들도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 한인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이야기가, 올 여름에 한국 가냐이다. 파리, 프랑스에 사는 한인들의 여름이 그렇다.

올해는 큰아이가 한국에서 인턴쉽을 하게 되어 작은 아이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막상 떠날 날이 다가오니 걱정이 앞서더라. 아무리 친지들이 있다지만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에게 한국은 외국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품에만 둔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에미의 노파심일것이다. 공항으로 향하며 연신 아이들에게 스킨쉽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손과 팔을 쓰다듬고 만지고 있는게 아닌가. 평상시에 잘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오는 지하철안에서 아이들을 만졌던 나의 모습이 떠올려지면서, 27년전 파리에 유학올때 김포로 향하던 차안에서 내손을 잡고 놓지 않던 친정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때는 그것이 답답하고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27년이 지나 내가 내 아이들을, 그것도 겨우 2개월 떨어뜨려 놓는다고 그때의 엄마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이다.

짐 싸느라고 폭탄 맞은듯한 집으로 돌아와보니, 함께 한국 가지 못한 아쉬움이 동했고, 집 정리하지 않으면 더 심란할것 같아 청소하고 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작은 아이 먹이려고 사놓은 꼬르동 블루, , 큰 아이가 좋아하는 만두 등이 눈에 심하게 띄며 아이들이 가슴속에 훅훅 하고 들어온다.

늦은 밤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저쪽 방에서 아이들이 자고 있는 착각이 들어 잠시 소스라치기도 했다. 한동안 나 혼자 먹자고 요리를 할것 같지는 않고, 메모지에 필요한것 빼곡히 적어 슈퍼에 장보러 갈것 같지도 않다. 다음주 저녁에 외출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들 저녁거리 걱정하고 있었다.

몇년전 여름에 2주 정도 남편과 아이들만 한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해방감이 들어 2주를 멋드러지게 보낼 생각하고 있으니, 삶을 물어가는 분께서 앞으로 점점더 이런 시간이 많을테니 차분히 지난 날을 돌아보는 시간 가지는게 좋을 것이라고 한 말씀이 생각이 났다. 품에 꼭 끼고 키운 아이들이다. 이제는 저희들끼리 알아서 비행기 타고 한국 갈 정도로 자랐다. 이제는 서서히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될것 같기도 하다.

27년전 살 떼어내듯 나를 이 먼곳으로 유학 보내고 엄마는 걱정하고 신경쓰느라 위장병에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의 우려와는 다르게 정작 나는 이곳에서 즐겁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렇듯이 나의 아이들도 한국에서 신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나 또한 이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만끽할 것이고 말이다


<파리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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