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철규 파리 개인전, « 해와 달과 별로 삶의 뒤안길을 밝히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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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광장편집부 작성일 23-01-24 08:02 조회 2,517 댓글 0본문
2017년 8월 8일부터 14일까지 파리 퐁데자르 갤러리에서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철규 작가의 개인전, ‘’자화상-사유 Autoportrait-Réflexion’’전이 있었다. 오프닝은 8월 10일 목요일 18시부터 진행되었으며, 이날 파리의 한인 및 한국 작가, 프랑스 작가들이 참석하여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전시를 축하해 주었다.
윤철규 작가는 원광대에서 서양화를 전공, 현재 한국미술협회, 쟁이회, 햇살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북예술회관, 서신갤러리, 인사아트센터, 차라리언더바 등에서 12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싱가포르, 퀼른 아트 페어에 참여했으며, 전북예술회관에서 쟁이회 정기전인 김성민, 윤철규 2인전, 햇살회 정기전,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있었던 중국 강소성 교류전, 익산 현대갤러리에서 중년의 초상전 등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윤철규 작가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로 소소한 행복과 삶을 조명’’하고 있다. 뚜렷한 소재가 있는 것도 아닌 일상에서 흔히 우리가 접할수 있는 풍경과 모습들이 화폭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작품안에는 해, 달과 별이 있다. 해가 발화하며 비추는 볕, 지는 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어두움을 밝히는 달, 또한 밤에 수천개의 별빛이 전주의 전동성당(‘’전동별밤’’ 2017)과 동네를 빛나게 하고 있다.
저무는 햇살 아래에서 삶이라는 무거운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지만(‘’세월은 그렇게‘’ 2013) 그 해는 저물고 있다고 볼수 없으리만큼 빛을 발하고 있다. 삶이 녹록치 않음을 표현하지만, 그안에 작가의 따스한 심성이 묻어있다. 현대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우리가 잊고 있거나, 혹은 잃어버린 시절의 풍경, 하지만 영원히 잊혀지지 못하고, 우리의 깊은 의식속에 묻어두고 자신도 모르게 항상 동경했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특별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소재의 작품을 보면서, 삶의 드러나는 표면이 아닌 보이지 않는, 쓸쓸한 뒤안 길을 밝혀주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우리 삶의 행복과 가치는 드러나는 것에만 있지 않다고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윤철규 작가의 작품은 철저한 작가주의 방식으로 구성된다. 소재가 구상도, 추상도 아닌, 일상이나 기억, 그리고 작가 마음속에 있는 것들에서 오고, 어떤 사물을 보고 작가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상화시키는데,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이 찾은 대상과 제목과 색감 등을 작가의 느낌만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전시 오프닝을 앞두고 윤철규 작가를 만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품속에 해, 달, 그리고 별이 그 나름의 빛을 발하고 있어요.
-별의 의미는 희망이죠. 사람들이 내가 별을 그리니 ‘’고흐 흉내내는거 아니냐 ?’ 라고 하더라고요. 별은 누구나 그릴수 있죠. 워낙 고흐의 작품 ‘별의 빛나는 밤’에가 유명했죠. 제 작품속의 달, 별은 ‘희망’을 표현한거에요.
여러 작품속에 아이가 있어요. 남자 아이인듯한데요..
-작품속의 아이는 제 아들인데 혼자 노는게 안되어 동반자처럼 고양이나 강아지를 그려 넣었어요. 그렇게 표현을 하고 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별 작품 시리즈를 보면 점묘법을 사용했어요. 계속 찍었어요. 저 작품을 할때 고민이 많았었어요. 생각이 많으면 어떤 형상을 그리지 못하거든요. 마음을 다스리고, 도 닦는 기분으로 점을 찍었어요. 그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때는 그렇게 찍지 않으면 못견디겠더라고요. 전동성당 작품에 별빛이 푸르쟎아요. 원래 사람이 우울할 때 푸른색을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고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어요. 고흐 작품을 무척 좋아해요. 고흐의 <편지>라고 하는 책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와요. 밤하늘 이야기를 하면서, ‘밤하늘하면 나보다 잘아는 사람은 없지’ 라는 대목이 나와요. 그만큼 관찰을 많이 했다는거죠.
예전부터 이런 화풍은 아니었더라고요. 이전 전시 팜플렛을 보니 짜장면이나 소박한 밥상, 그리고 신발, 군화도 있던데요. 언뜻보면 예전에 민중미술하시던 작가 작품 같아요.
-신발 작품들에는 사연이 있어요. 어떤 신발은 제가 10년 동안 신었던 것이고요. 낡아서 버리기 전에 그림으로 남긴거에요. 고흐도 자기 군화를 그림으로 남겼쟎아요. 그런 것처럼 제가 살았던 흔적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민중 미술에 대해서는 그런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관련 협회에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거기에 소속이 되면 그쪽으로 몰입해줘야 되는데 그럴 자신은 없고, 저는 내가 본 세상을 그리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세상의 불합리화는 묘사해야 돼요. 12월에 전주에서 가질 개인전에는 세월호 관련 작품 두 점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작가의 양심으로 무언가는 이야기해야겠더라고요. 사람들이 ‘너는 왜 너 이야기만 쓰냐’고 해요. 그런데 내가 지금 안고 있는 아픔은 나만 알고 있쟎아요. 다른 사람은 정확히 모르더라고요. 사람들은 내가 내 아픔을 치유하느라 다른 곳을 쳐다볼 힘이 없다는 것을 잘 모르더라고요.
작품은,, 나 자신과의 싸움의 흔적
그럼 작가님의 치유를 위해 작품 하신거에요 ?
-작가라면 작품으로 생계가 되어야 하는거쟎아요. 그건 기본이고요. 살다보면 정신적으로 힘든 문제들이 오쟎아요. 삶의 스트레스 같은거요. 이런 것을 어디에 풀 곳이 없더라고요. 제 작품 ‘’그래 !’’ 같이 지붕으로 올라가 소리를 지르고 싶은 상태에요. 그것을 어디다가 하소연을 하고 싶은데 누가 들어주나요 ? 아무도 안들어줘요. 이것은 내가 삭여야 해요. 점을 찍으면서 삭여야 되고, 어디 올라가서 소리 지르면서 삭여야돼요. 속에서 녹여내고 삭여낸 결정체라고 보시면 돼요. 사람들은 제 작품을 보고 그냥 ‘’전동성당의 별밤이구먼’’ 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나와의 싸움의 흔적이에요.
작품과 작가가 분리되지 않은, 작품이 바로 작가 자신인거네요.
-그런 것을 사람들이 읽어주고 작품을 사주면 더 없이 좋은 화가의 삶이 되겠죠.
그게 참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할때,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과 받아들이는 관객간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있죠. 지금은 제 작품이 사람들이 많이 이뻐졌다고 하더라고요. 현실과 타협했다고 생각하던데요. 그것을 제가 부정하지는 않는데요, 예전에는 붓 텃치가 강렬하고 컸어요. 그런 그림들을 가족들도 별로 안좋아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이게 조금씩 차분해지더라고요. 두 가지로 볼수 있는것 같아요. 내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는 것일수 있고, 사회와 타협점을 찾을려는것일수도 있겠는데, 전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네요. 도 닦는 기분으로 계속 점을 찍었쟎아요.
작업의 원동력이 작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것인가요 ?
-그게 작가가 갖추어야 할 첫번째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생각지도 않은건 못그리는거거든요.
언제 그림을 시작하셨어요 ?
-전 그림을 늦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미대를 가려고 준비했어요. 중학교때는 노트에 낙서를 너무 많이 해서 노트를 책꺼풀 입히듯 비닐을 입혀 다녔어요.
자화상을 전시때마다 준비하신다고 했는데요, 이유가 있다면요...
-자화상을 그리게 되는 계기가 무엇이냐면 옛날분들은 모델을 사지 못했을 때 자화상을 그렸다고 하더라고요. 고흐를 보면 모델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자화상을 많이 그렸쟎아요. 렘블란트도 그랬고요. 저는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저에게 자화상은 자기발견 ? 나를 찾고자 하는 그 무언가,, 이번에 전시한 자화상은 사진을 찍지 않고는 그리지 못해요. 사진 작업으로 그린거고요. 첫 세번째 자화상까지는 거울을 보고 작업했어요. 거울을 보고 그리다가 사진을 보고 그리게 되었는데요, 자기 자신을 그릴때요, 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아는데요, 여러 생각들이 교차해요. 다른 것, 풍경 그릴 때와는 달라요. 풍경은 그리는 순간의 느낌만이 들지만 자화상을 그릴때는 지나간 일에서부터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라요. 지나간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생각이 나면서 반성하게 계기로 자화상을 많이 그려요. 몇년 전부터는 자화상을 전시 제목으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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