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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파리한글학교 전 교장 함미연, ‘’살아온 생의 절반을 한글학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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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광장편집부 작성일 23-01-23 22:41 조회 4,16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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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 14() 16시 파리한글학교의 종업식이 있었다이번 종업식은 예년과는 달랐던 것이지난 10년동안 파리한글학교 교장을 맡아 헌신봉사한 함미연 교장의 퇴임식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마침 파리를 방문한 주철기 재외동포 재단 이사장이 이날 파리한글학교를 방문하여 축사를 하며 함미연 전 교장의 노고를 치하했다외국에서 태어나거나어릴때 와서 자라나고 있는 재외동포 자녀의 한글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이는 아이들의 정체성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된다그러기에 한글학교의 역할은 크다고 할수 있다함미연 전 교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1989년에 학부모로 한글학교를 찾아왔는데그때부터 지금까지, 29년동안 학부모로학부모회 회장으로그리고 학교장으로 한글학교와 같이 살았다’’고 했다살아온 생의 절반을 파리한글학교와 함께 한 함미연 전 교장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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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동안 파리한글학교 교장 직에 계시다가 얼마 전 퇴임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교장직을  맡았던 지난 10년 동안 참 열심히  신나서  뛰어다녔다고  생각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는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듯한 요즘,  새로운 파리한글학교로 거듭날 수 있는 기대감으로  저의 퇴임 소감을 밝힙니다.

파리에 오시게 된 계기는요 ?

-대학에서 불문학과 교육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시  한 불 협정으로 모교인 이화여대에 언어청각센터가 설립되었는데, 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는 농아, 자폐아, 학습 지진아들을  위해  언어 교정 지도를 하는 곳입니다. 이에 필요한 전문가 양성 교육프로그램에 프랑스 국비 장학생  으로 선발되어  프랑스에 오게 되었고 리옹에서 교육학 및 언어 치료학을 공부하였습니다

예전부터 교육에 관심이 있으셨어요 ?

-아버지께서  평생 교직에 계시다가 정년 퇴임하셔서  항상 학교와 연결된 분위기 속에서 자랐어요.  « 함 선생님 »이라고, 아버지께서 제자들로부터 들으시던  호칭인데  제가 듣게 되니 제게 물려주신 소명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랑스에 오기 전에도  언어청각센터에서  교사로 일했어요.

파리한글학교와는 오랜 인연이라 들었습니다.

-1989년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파리한글학교에 보내게 되었어요. 프랑스에서 살지만, 한국어 교육은 당연히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성당에서 운영하는 파리한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보내게 되면서 매주 수요일마다 아이 등하교 길을 함께 했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첫째 아이를 시작으로 세 아이 모두 파리한글학교에 보내며,  그 사이  여러차례 학부모회장을 하고  학교 교장  맡아 지내며  온 시간이 29년 되었습니다.

학부모 회장의 역할 또한 클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학부모 회장을 맡게 된 때가 파리한글학교 역사상 중요한 일이 많이 일어났던 시기였습니다. « 한글학교 건립 기금 마련 재불 작가 전시회 » 위한 그림을 모으는 과정에서 학부모회 임원들이 연루되어 한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직후여서 학부모회 이미지를 재구성해야 했던 시기였어요.  또한 성당에서 한글학교를 설립하여 신부님들께서 1년씩 돌아가며 학교장을 맡아 운영을 하셨는데, 파리한글학교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조금씩 어려움이 생겼던 걸로 기억해요. 결국 프랑스 한인 교민사회의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여 사립재단을 설립하며, 1994년에 김용진 선생님이 초대 교장으로 선임되셨죠. 저는 그보다 조금 전부터인 92-93학년도부터 96-97학년도까지 학부모 회장을 맡으며, 파리한글학교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학부모 대표로 학교 변화에  맞는 학부모회를 이끌려고 노력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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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만요,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의 역할은 무엇인지요 ?

-교장은 학교의 대표자이며 책임자이고 운영자입니다. 한글학교는 해외의 교민 자녀들에게 우리 말과 문화를 가르치고자 교민사회에서  만들어진 비영리 민간 교육단체입니다.  전문교육기관이 아닌 봉사의식이 기본으로 뭉쳐서 세워진 만큼 서로의 신뢰와 양보, 격려가 꼭 있어야 하는 곳입니다. 교장은 이런 여건 속에서도 최선의 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사양성에 힘써야 하고 학부모님들의 기대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항상 귀를 기울이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펴야합니다. 대외적으로는 학교의 대표자로서 관계 기관이나 외부 단체와의 교류 및 창구역할을 맡고 있으며  대외 행사를 관리합니다.

선생님이 교장으로 부임하신 2007년과 10년이 지난 지금의 파리한글학교는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 10년전에는 IMF등의 여파로 학생 수가 많이 줄어들었고 교실 환경도 매우 열악해서  학교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그동안 교육과정을 단계별 학년별로 정리하였고 초등부 맞춤형 교재도 갖게 되었으며  프랑스 학제와 같이 유치부 3학년,초등부 5학년, 중등부 4학년, 어학당 3학년 등으로 학년별로 체계화 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학생 규모도 250여명에 총 20개 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재외동포 자녀들의 한글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선생님이 보시는 재외동포 자녀들의 한글교육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언어는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 무기입니다. 해외에서 살아도 다문화를 이해하면서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되지요. 세계가 점점 한 무대의 활동 공간이 되고 있는데 재외 동포로서 어디에 있든 한국인의 뿌리를 잘 내리도록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에 열의를 보여 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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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부모가 한글교육을 따로 시킬 수도 있고, 이곳의 한불 가정과  한인가정의 자녀의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 한글 공부를 시키는 것도 보았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좋겠지만 한글 학교를 보내는 것이 더 좋은 이유가 있다면요...

-한글을 익히고 난 후에도 지속적인 어휘 공부와 표현 그리고 쓰기공부가 단계별로 발전해가면서, 학습시켜야 하는데 집에서 지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교육과정이 연계되고 이에 따라 연구된 맞춤 교재로 학습을 하기에 집에서 하는 것보다는 탄력이 생기며, 무엇보다도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성장해가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훨씬 더 되고 다양한 교육소재를 접할 수 있어 교육 효과가 배가 됩니다. 한국 정부 교육기관과 재외 동포재단에서 지원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도 있구요.

재외동포자녀들을 위한 한글 교육을 위해 있는 한글학교지만 학생들만 있는데 아니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있지 않습니까 ? 이런 관계들을 아우르시면서 중심을 잡고 계셨을 것 같은데요.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이지요. 저는 파리한글학교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저의 관심과 열정을 정확히 세 등분하려고 노력했습니다기본적으로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마냥 희생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학생들을 위하고, 교사를 위하고, 학부모를 위하며 제 마음을 세 부분으로 골고루 나누는 것을 운영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학생들이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교사들의 경우, 학교를 채워가는 것은 교사들의 몫임을 일깨워주고, 계속해서 자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며, 어려운 점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 이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학부모님과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생들을 위해 최고의 교육 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파리한글학교 교장으로 계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으셨다면요 ?

-이번에 퇴임하면서 받은 롤링페이퍼북을 열어 본 순간입니다.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한 마음으로 각반에서 수업시간 중에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이 떠나게 된 것을 설명하고 그 느낌을 아이들이 표현한 것들을 묶은 책인데요, 페이지 마다 감동이었습니다.

유치원반의 김태훈, 새싹반의 임준오, 그리고 정인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교장선생님에 대한 것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10년 이상을 다니고 졸업한 관우, 혜지, 은태, 혜민...그들과 공유한 기억들이  보람입니다.

이젠 우회적으로 파리한글학교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글학교에서 저의 반 평생을 함께 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관심은 한글학교의 발전을 위해 움직일 것을 확신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한글학교와 한인사회를 위하는 일에 일조를 하겠습니다.

떠나시면서 파리한글학교에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파리한글학교는 학원이나 어학기관처럼 한국어 학습만이 전부인 공간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심어줘야 하고, 학부모님들께는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이라는 목표로 뭉친 하나의 공동체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결국 혼자 자생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며, 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한도에서, 다른 한인단체들과 연계해가면서 보다 넓은 세계관을 갖고 발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한인사회뿐 아니라 프랑스 사회, 더 나아가서는 세계 속의 한글학교로 인식하여 시대에 맞게 발전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파리광장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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