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어두운 시대의 예술 (6), 반 이슬람 정서와 증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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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광장편집부 작성일 23-01-23 08:32 조회 1,653 댓글 0본문
5월 27일부터 시작된 이슬람의 신성한 절기인 라마단이 지난주 25일에 끝났다. 한달에 가까운 이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음식과 음료 섭취및 담배나 성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는 굶주린 이들의 고통을 체험하며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고 더욱 경건히 기도를 하여 믿음을 회복하려 함이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들은 이 기간 동안 의도적으로 그들의 조직원과 추종자들에게 폭력을 유발하는 지령을 보내어 테러를 종용하였다. 성스러운 전쟁을 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행하는 테러들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이 기간은 '피의 라마단’이라고 역설적으로 불리게 되었다.
2017년에도 성월 시작 5일 전인 지난달 22일, 영국 맨처스터 공연장의 자살 폭탄 사건부터 유럽과 중동 전역에 빈번히 일어난 테러들로 도시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특히 유럽에서는 이슬람 공포증과 같은 반 이슬람 정서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01년 9.11 테러 후 반이슬람 감정을 지나치게 조장하는 미디어에 의해 미국 사회내에 고조되었고 2015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파리 샤를 엡도 총격사건 이후 유럽내에서도 서서히 자리잡게 되었다.
2015년 1월 샤를리 엡도 언론사 테러가 있고난후 프랑스 전역에서 테러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기 위한 행진이 계획되었다. 전날인 1월 10일, 한 남미 여학생은 파리 생제르망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스타쥬를 마치고 여느때처럼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그녀는 버스 안쪽으로 네명이 마주보고 앉는 자리에 먼저 자리잡고 앉아 있던 한 무슬림 커플 맞은 편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잠시 후에 술에 취한 한 남성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어 잘 들리지 않았으나 그 남성은 무슬림 커플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커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고 취객의 행패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그 때였다. 그 술취한 남성이 갑자기 볼펜을 꺼내어 무슬림 커플 중 남성의 목에 볼펜을 꽂은 것이다. 깊이 박혔다 빠진 볼펜으로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남자의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가 간호사인,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 남미 여학생은 눈앞에 벌어진 위급한 상황에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그의 출혈을 막고자 손으로 목을 지압했고 응급차가 오기전까지 20분을 벼텼다. 이 갑작스러운 폭력적인 상황으로 아연실색한 여학생이 기억하는 것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미친 듯이 울부짖던 피흘리는 남자의 연인이었다.
다음날 이 친구는 자신이 목격한 이 사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이 사건을 그 어떤 기사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고 필자와 가까운 친구인 그녀는 프랑스의 위선을 목격했다며 참석하려던 전국민 대행진에 가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무슬림과 테러리스트를 동일시하는 오류에 빠진다. 이슬람에 대한 공포감으로 비롯된 적대감과 혐오감 등의 차별적 시선을 우린 곧잘 마주하게 된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자국민들의 이슬람권 7개국 입금을 금지하는 등, 전 세계는 수많은 무슬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인종에 의한 차별이 이제 종교에 의한 차별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유대교인이고 이슬람교인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이끈 쟈스민 혁명이 일어난 튀니지 출신 작가 패튼 개드 Faten Gaddes는 2012년 예술의 봄 전시에 Punching ball 샌드백이라는 그녀의 유명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각각의 샌드백에는 머리카락을 수염과 히잡처럼 교묘히 묘사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속에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종교의 심벌이 표현되어 있고 그 하단에는 프랑스어로 "나는 기독교인이다." "나는 유대인이다" "나는 튀니지인이다"라고 쓰여져 있다. 이 이미지들은 이미 각각의 종교에서 기피되고 거부당했던 사진들이다. 2011년 시위에 참석한 그녀에게 누군가가 무슬림인지 튀니지인인지를 물어본 이후,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정체성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해 자신을 세가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이로 인해 종교의 다양성과 종교의식에 대한 자유를 표현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을 옹호함으로 극단론자와 광신론자를 비난하고자 하였다.
전시가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한 아랍 신문에 이 작품 속 이미지 중 하나가 작가의 집 주소와 "살인 교사"라는 문구와 함께 게재되었다. 결국 이 작품은 살라피스트들에 의해 소각되었으며 그녀는 확인할 수 없는 우울증에 사로잡혔고 더 이상 튀니지에서 전시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수많은 무슬림들 역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이슬라모포비아들에 의해 희생되고 피해를 입고 있으나 미디어의 주목을 덜 받고 있기에 잘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지난해 통계를 살펴보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죽을 확률이 이슬람계 테러리스트에 의해 죽을 확률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유럽 사회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이 테러를 반대하면서도 그것을 규탄하는 공식적인 행동에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오히려 모든 테러가 그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라는 낙인이 더욱 깊게 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빈번한 테러로 공포감이 증폭되는 라마단 절기에 그들은 더욱 움추리게 되고 반 이슬람 정서로 인한 증오 범죄 또한 증가하여 무고한 무슬림들은 경건하고 고요하게 보내야할 이 기간을 공포에 떨며 보내야 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파리광장 / 김지현 july79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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