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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어두운 시대의 예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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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광장편집부 작성일 23-01-19 09:15 조회 1,8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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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마이엉의 블레이킹 뉴스미디어가 불러 일으킨 인식 마비 현상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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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하버마스는 911 테러를 ‘최초의 세계사적 사건’이라 명명하였다. 수 천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와 함께 세계 경제와 금융의 상징성을 갖던 건물의 파괴는 매스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가감 없이 사건의 모든 과정이 생중계되었고 그것을 전세계인들이 다 같이 지켜보며 끔찍한 현장의 공포를 함께 체험 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언론은 "공격을 받고 있는 미국 America Under Attack” 이라는 헤드라인을 되풀이하며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그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하여 이라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수많은 무고한 희생 끝에 종국에는 테러의 주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2011년에 미국 특수 대원작전으로 사살되어 마무리 된 듯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인 글로벌 테러리즘의 공포속에 살아가고 있다. 비가시적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익명의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며 버려진  가방이나 의심스런 짐의 발견으로 파리 지하철이 멈추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한편 매스 미디어가 주는 효과에 관련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1975년 마르세이유 출생인 기욤 샤마이엉 GUILLAUME Chamahian 2016년 여름 사진 축제 (Les Rencontres d'Arles)가 한창이던 아를 (Arles) 에서 'Nothing but Blue Skies' 라는 911 테러 미디어 이미지에 관련된 전시에서 "브레이킹 뉴스 Breaking News"라는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127개의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비디오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네 개의 벽을 구성하여, 딱 한 사람만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작고 폐쇄적인 공간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공간 입구의 높이가 다소 낮아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 절하듯이 들어가야 하는데, 관객의 이러한 제스처는, 마치 그들로 하여금 현실에서 깨닫지 못한 현상을 경험하게 할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어떤 의식을 치루는 듯 느껴지게 하는데 여기에는 작가의 기획된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바닥 면적이 폭 2 m²에 높이 5 m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작품 세계의 첫 인상은 다소 압도적이다.  911 테러의 최초 생방송부터 트윈 타워의 붕괴 순간까지를 전 세계 채널의 영상들이 다양한 언어로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통해 마구 쏟아낸다. 주문을 외우듯이 반복적으로 들리는 기자의 목소리, 혼란과 공포로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들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참혹한 현장의 이미지들, 그리고 수많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로 인하여 관람객들은 당황하게 된다.

작가는 그 작은 공간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 마치 체면이 걸리듯 반복되는 매스 미디어에 의해 현재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재난 영화 속 장면들인지 아니면 현실 속 실제상황인지 혼돈스러운, 인식의 마비 현상을 경험하기를 원하였다.

 샤마이엉은 이렇게 현실감이 사라진 영상들을 다시 모아 반복 재생하는 작품을 통해 이러한 브레이킹 뉴스들이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개입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식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의식까지도 조작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명명한 « 테러리즘 »에 의해 수많은 무고한 전쟁 희생자가 발생하였으며 그 뿐 아니라 또 다른 테러 집단이 생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이 여전히 사건의 본질을 명확하고 비판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하지 않고, 무감각하게 타의적으로 받아드리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또한 작가는 관람자가 이 작품이 주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미디어의 과잉이 우리로 하여금 사건의 진실에 더욱 쉽게 접근하게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거리를 두게 하여 그 진실성을 더욱 희석시키고 있는지 관람자 스스로 질문을 던져주길 원하고 있다.

 

*기욤 사마이엉GUILLAUME Chamahian은 이미지와 관련된 멀티미디어 작품 및 필름사진을 위한 페스티발  "Les Nuits Photographiques"의 설립자이자 아트 디렉터이다. 회화와 음악 작문 등 여러 학문을 독학 한 그는 국제 분쟁에서 희생자과 가해자의 폭력적 모습을 담은 이미지들이 갖는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파리광장/ 김지현 july7911@gmail.com>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3-01-21 16:25:14 문화 / 예술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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