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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유네스코 전시, 한호, 전병삼의 '현대미술속의 과학기술'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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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광장편집부 작성일 23-01-13 05:32 조회 3,14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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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행사에서 인삿말중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왼쪽부터 한호, 전병삼 작가)


9 12일 월요일,18시 파리 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한호, 전병삼 작가의 ‘현대미술속의 과학기술’ 전시 개막 행사가 있었다에꼬드라꼬레의 이미아 대표가 큐레이터를 맡은 이번 전시는 ‘첨단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형태의 작품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대표작가 한호와 전병삼의 최신 설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호 작가는 ‘영원한 빛-동상이몽’을 비롯한 설치작품 두 점과 홀로그램 및 LED 빛을 이용한 회화 작품들을 전시하고, 전병삼 작가는 유네스코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형 설치작품 ‘이상한 나라의 이발소 Barbershop Wonderland’ 와 ‘다섯 개의 혀를 가진 사람들 The Men with Five Tongues’ 를 전시하고 있다두 작품 모두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반응하고 작동하는 인터렉티브 기술을 사용한 작품이다.

이날 개막행사에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병현 주 유네스코 대표부 대사, 한호, 전병삼 작가가 참석해 인삿말을 했고, 한호 작가의 퍼포먼스와 가야금 연주가 있었다.앞서 16시부터 18시까지 디지털 기술이 문화적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 방식에 가져온 변화를 조명하기 위한 세미나인 ‘디지털과 첨단기술의 만남 Digital meets Creativity'이 유네스코 강당에서 있었다. 개막 행사 이후 유네스코 사상 최고의 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 전병삼, 진보된 기술을 통한 현대 예술의 치유와 확장의 가능성

작가 전병삼(1977년 생)에 있어 작업은 일종의 게임처럼 보인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만날 수 있거나, 사용하는 흔한 오브제들을 대량 수집, 그것을 나열하거나 재배치하는 방식 등 약간의 변형을 취하거나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그 물건이 가지고 있던 원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방식을 취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방식은 매우 일상적인 소재를 치밀한 계산과 엄격하고 다소 지루한 작업을 거쳐 완전한 한편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래머의 그것과 닮았다. 기획 의도에 한치의 어긋남 없는 스토리로 구성된 게임 속 세상은 현실과 매우 닮았지만 우리에게 언제나 신선하고 낯설다.

작가 전병삼이 이번 유네스코 특별전에서 선보인 두 점의 신작 역시 평범한 일상의 소재와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 작품들이다. 하지만, 보는 이들에게 적잖은 낯설음과 동시에 수많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알듯 모를듯한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자연스럽게 초대되어 그가 만든 이 게임에 참여하고 즐긴다. 이 과정중에 어떤 이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 게임속 세상에서 위안을 얻을 것이고, 어떤 이는 즐거움을 또 다른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을수도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 본부‘Espace des pas perdus’전시장 한 쪽 벽면을 회전하는 200개의 ‘이발소 등’으로 빼곡히 채워 설치한 작품 « 이발소 동화나라(Barbershop Wonderland) » 와 암실같이 어두운 방안에 5개의 팬이 달린 산업용 선풍기 100대가 놓인 « 다섯개의 혀를 가진 사람들(The Men with Five Tongues) » 은 그것이 설치된 공간과 함께 어우러져 낯선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품 앞에서 감상자들은 마치‘이상하고 기묘한 공간’에 놓여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에 빠져든다. 작가가 구축한 이‘이상하고 기묘한’공간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가가 제시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며, 점차 즐기고 공감하고 있는‘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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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동화나라 (Barbershop Wonderland), 2016, 전병삼 작.  -Photo by HYUNKYUNG (09.2016) 


첫번째 작품, « 이발소 동화나라 (Barbershop Wonderland) » 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름 30cm 높이 110cm 크기의 원통형 이발소 간판으로,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거리를 지나치며 흔히 볼 수 있는 이발소 등이다. 이발소의 힐링과 관련된 의미를 담은인터렉티브설치작품. « 이발소 하면 보통은 머리를 다듬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저는 이발소에 가면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듬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이발소란 곳은 찾아보니 기원전 3500년전부터 존재해 왔던 곳입니다. 그런데, 중세의 유럽에서는 이발소가 외과 병원과 이발소의 구분이 없었다고 해요. , 이발소에서 쓰던 가위나 칼은 수술용으로도 쓰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이발소에는 힐링, 치유의 의미가 담겨 있었던 곳이었는데, 중세를 넘어서면서 이발소는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이발소의 역할만 하게 됩니다. 이발소 등을 상징하는 세가지 색상에는 사실 각각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어요 : 빨강색은 동맥, 파랑색은 정맥, 희색은 붕대 » (전병삼 인터뷰 중,2016,09,12).

작품에 다가서서 자세히 살펴보면, 설치된 200개의 등 마다 이발소에서 할 법한 10가지의 다른 질문들이 8개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있다 ; ‘오늘 날씨는 어때 ?’,‘어제는 어땠어 ?’, ‘요즘 어떻게 지내니 ?’,‘애정전선에는 이상이 없어 ?’등등.

작가는 이 작품 앞에선 관객들에게 이발소의 질문들을 찾아내는 게임을 하도록 유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발소에서 하는 이러한 질문들은 유네스코 관계자들이 저개발 국가의 국민, 난민들을 만났을때 하는 질문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다시말해,‘이발소 동화나라’는 « 유네스코와의 연관관계 그리고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 » (전병삼 인터뷰 중,2016,09,12)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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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의 혀를 가진 사람들(The Men with Five Tongues), 2016, 전병삼 작          -Photo by HYUNKYUNG (09.2016)

두번째 작품, « 다섯개의 혀를 가진 사람들(The Men with Five Tongues) » 은 독특한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인간의 혀’즉,‘인간의 말’과 관련있다. 사이버 세상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오로지 말로만 떠드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이 작품에서, 선풍기는 바로 ‘5개의 혀만 남겨진’미래 진화된 인류의 모습, 다른 여타의 기관이 퇴화된 상태를 보여주는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선풍기가 미래의 진화된 사람이라고 가정한 작품이에요. 인터넷 시대에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말만 많이 하는 인류가 진화를 한다면, 아마도 팔다리가 없고 이렇게 오직 ‘혀’만 남을거라는거죠. 이 산업용 선풍기의 팬은 날이 5개가 있어요. 5개의 혀만 가지게 된 진화된 사람들을 보여주는거에요. 5개의 혀를 가진 사람들은 음지에서 불평, 저주, 욕설(난폭한 말) 아첨과 조롱(거짓말) 등 부정적이고 나쁜 5가지 말을 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들이에요 » (전병삼 인터뷰 중,2016,09,12).

어두운 방에 빼곡히 세워진 100대의 선풍기들은 마치 거대한 콩나물 시루속 콩나물들처럼 무심하게 놓여져 있다. 그러나, 관객이 방안으로 들어서면 사람의 동작을 인식한 센서와 엄청난  에너지로 강력한 빛을 쏘는 특수 라이트가 번쩍이며 바람과 함께 사람들을 비춘다. « 인터넷 상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사이로 오히려 관람객들이 그 한가운데 들어가서(놓여짐으로써) 또다시 패러독스를 만드는 작품이에요 » (전병삼 인터뷰 중,2016,09,12). 다시말해,‘나 자신’이 선풍기가 설치된 방 안에 들어가면 댓글 등의 부정적인 말을 하는 주체가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중심에 서게 되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이다.

작가 전병삼의 설치작품은 9월 23일 (2016년) 까지 유네스코 본부‘Espace des pas perdus’에서 감상할 수 있다.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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