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ubira) 법무부 장관 사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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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리광장편집부 작성일 23-01-06 06:09 조회 2,104 댓글 0본문
지난 27일 사퇴한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ubira) 법무장관이 자전거를 타고 법무무 청사를 빠져나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르몽드,Le Monde)
'테러범 국적박탈' 문제로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과 충돌해온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이 지난27일 전격 사퇴했다. 엘리제궁은 성명을 통해 토비라 법무부 장관이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고 발표했다.
토비라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청사 내 마당에서 자신의 후임인 장 작끄 위르보아 (Jean-Jacques Urvoas) 신임 장관과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임식을 마쳤다. 이 후 그는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지난3년 반 동안 일해온 파리 시내 방동 광장에 있는 법무부 청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관용차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그에게 시민과 법무부 직원들은 아쉬움을 나타내며 큰 박수를 보냈다. 토비라는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는 시민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중간 중간 손을 흔들기도 했다. 사복 경찰관 두 명은 자전거를 타고 장관을 옆에서 경호했다.
BFM, TF1 TV 등 에서는 이런 그의 모습을 생방송으로 전하면서 « 토비라 장관이 자전거로 떠났다 »고 관심있게 보도했다. 방송 언론에 따르면 그는 법무부 장관 재임기간 동안 자전거를 이용했으며, 퇴임 마지막 날까지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고 전했다.
토비라 장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 정치적으로 중대한 불화가 있어서 장관을 그만둔다 »면서 « 나 자신에게 충실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추진하는 테러범 국적 박탈에 반대해 자진 사퇴를 결정했음을 보여준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파리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자 테러범의 국적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리아·이라크 등지에 건너가IS에 가담한 수백명의 프랑스 국민들을 겨냥한 조치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북아프리카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들의 자녀들로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복수국적을 가진 자국민이 테러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프랑스 국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날 하원에 이 조항이 담긴 개헌안을 제출했다. 개헌안 제출 직전 토비라 장관이 재차 철회를 요구했지만 올랑드 대통령이 이를 기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토비라 장관을 비롯해 집권 사회당 내 일부는 이 조치로 프랑스에서 두 가지 계층이 생겨난다면서 반대 해왔다. 즉, 이 조치가 결국 복수 국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이민자를 겨냥한 조치로 실제 효과도 없이 국적 차별을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 국적만 있으면 테러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국적을 유지하지만 부모의 이주로 알제리, 모로코 등 국가와 프랑스 이중 국적을 보유한 경우 프랑스 국적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조치는 특별한 효과없이 국적 차별만 초래한다는 의견이다. 토비라 장관 역시 이 조치가 실효성 없이 사회 분열만 조장한다는 이유로 줄곧 반대 의견을 표명해 왔다. 현재, 프랑스 내 복수 국적자는 350만명으로 추산된다.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 흑인 여성인 토비라 장관은 2012년 5월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할 때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3년 반을 재직했다. 그는 2013년 우파와 가톨릭 등 보수파가 격렬하게 반대한 동성결혼 합법화를 앞장서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극우단체들은 인종차별적인 언사로 그를 비난해 왔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페이스북에서 그를 원숭이에 빗대 조롱하기도 했다. 이번 토비라 장관의 사퇴에 대해FN의 마린 르펜(Marine Le Pen) 대표는 « 프랑스를 위해 좋은 소식이다 »면서 « 그녀가 법무부 장관으로 추진한 정책은 프랑스에 대단히 좋지 않은 것이었다 »고 반응했다.
한편, 토비라는 장관직을 사임하며 « 때로는 머무는 것으로 저항을 표현할 수 있지만, 때로는 떠나는 것이 최고의 저항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 장관으로 재직하던 기간은 굉장히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는 글을 남겼다.
< 파리광장 / 현 경, dongsimijs@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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